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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이 희망이다] 식품 기업 ‘바리의 꿈’

작성자 경제통상과 작성일 2009-06-23
ㆍ연해주서 청국장 제조… 한민족의 혼을 잇다

콩과 청국장은 삼국시대부터 우리 민족의 건강 지킴이였다. 영양이 풍부한 콩은 특히 군량미로 안성맞춤이었다. 삼국이 전쟁을 벌이던 시절 고구려 군대의 가장 중요한 식량도 콩과 ‘전국장(戰國醬)’으로 전해진다. 청국장의 조상으로 간주되는 전국장은 말 그대로 전시에 빨리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장이란 뜻이며, 말안장 밑에 삶은 콩을 깔고 다니던 와중에 말의 체온에 의해 발효돼 청국장이 됐다는 설이 있다. 이 전국장이 음운변화를 일으켜 오늘날 청국장으로 불리며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사회적 기업 ‘바리의 꿈’은 옛 고구려 땅인 연해주에서 청국장을 만든다. 농약이나 비료 하나 쓰지 않은 자연 상태에서 자란 콩을 고려인들이 전통 방식대로 떠 만든 청국장이다. ‘바리의 꿈’은 2005년 시민단체인 동북아평화연대에서 출자해 만든 회사이며, 2007년 12월에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현재 러시아에 살고 있는 고려인은 55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4만명이 연해주에 정착해 살고 있다. 1937년 구 소련 스탈린 체제하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연해주의 고려인들은 90년 무렵부터 다시 연해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척박한 중앙아시아에 결국 정을 붙이지 못한 일부 고려인들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살았던 연해주로 돌아오기 위해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유랑의 길을 떠났다. 그러나 그 길은 험난했다. 중앙아시아에서 연해주까지의 거리는 6000㎞를 훌쩍 넘는다. 한반도 길이의 6배를 넘는 기나긴 여정이다.

고생스럽게 돌아왔다고 해서 연해주에서 “잘 왔다”며 반겨주는 사람은 없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맨손으로 다시 삶을 일으켜야 했다.

동북아평화연대는 연해주 고려인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주거환경 개선 등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도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2004년 착수된 게 고려인 정착 및 일자리 제공을 목적으로 한 ‘연해주 고려인 정착지원 5개년 계획’이다. ‘바리의 꿈’은 그 연장선상에서 ‘청국장 만들기’란 일감을 주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 연해주의 4개 마을, 즉 크레모바 아시노프카 순얏센과 우정마을의 50가구 고려인들이 청국장을 만들고 있다. 원래 러시아인과 고려인의 음식문화에는 청국장이 없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과거 한반도에 살던 시절 어머니가 해 주던 청국장의 맛을 곧바로 기억해 냈다.

고려인 생산자들은 콩 1㎏을 기준으로 임가공비를 받는다. 작업량에 따라 소득이 달라진다. 이곳에서 ‘바리의 꿈’이 고려인들에게 청국장을 만들게 하는 방식은 공정무역의 원칙과 동일하다. 즉 ‘바리의 꿈’에서 주는 일감을 맡으면 최소한 기초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연해주 ‘바리의 꿈’이 진출한 지역을 기준으로 한 달 생활비는 통상 900달러선. 청국장을 만들면 한 사람이 400~500달러를 번다. 맞벌이를 하는 고려인의 특성상 청국장 일감만으로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공정무역과 마찬가지로 일단 생산자 계약을 맺게 되면 웬만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거래가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고려인 생산자들은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게 된다.

맛은 어떨까. ‘바리의 꿈’ 황광석 사장은 “구조적인 여건상 품질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원료인 콩의 품질이 뛰어나고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에 인공물이 첨가될 여지가 없는 이유에서이다. 이 때문에 고려인들이 만든 ‘바리의 꿈’ 청국장은 맛이 균일하지 않다. 생산자마다 청국장을 만드는 방법에 약간씩 차이가 있게 마련이고, 전혀 기계화 공정을 거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청국장의 맛은 발효에서 결정되는데 기계를 이용해 청국장을 대량 생산할 때는 발효균을 배양해 인위적으로 투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생산된 청국장은 언제나 같은 맛이 나지만 손으로 만든 것보다 깊은 맛이 떨어진다. ‘수제’ 청국장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자연상태의 발효균을 이용하기 때문에 맛의 깊이가 다르다. 가끔 소비자들이 “맛이 달라졌다”고 항의하면 ‘바리의 꿈’ 직원들은 “그게 바로 손맛”이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맛의 비결은 ‘수제’라는 제조방법 말고 콩 자체에도 있다. ‘바리의 꿈’은 연해주 현지에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청국장에 쓰는 콩은 여의도 6배 넓이의 평화농장에서 재배한 것이다. 말이 재배이지 방치나 다름없다. 지난 10년간 인공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농약도 쓰지 않는다. 가장 현실적인 이유로는 비료나 농약을 쓰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콩은 잡초들과 경쟁하며 열매를 맺는다. 이 때문에 연해주 콩은 잡초와의 경쟁에서 힘을 뺀 탓인지 국내산 콩보다 크기가 작지만 영양분은 더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공해 친환경 재료를 전통 제법으로 만든 게 ‘바리의 꿈’의 연해주 청국장이다. 여기에다 몸에 좋다는 러시아 특산품인 차가버섯까지 가미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미각을 사로잡는 건 일도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좋은 의도, 뛰어난 맛과 품질이 곧바로 돈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생활협동조합에서는 “국내 생산이 불가능한 수입품만 취급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연해주란 해외에서 만든 청국장을 판매할 수 없었다. 온라인 판매 등 판로를 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회사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7년 10월 전기를 맞게 된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고려인 친환경 청국장이 소개되면서 처음으로 대량 판매란 걸 체험하게 된다. 세 달 동안 15t의 주문이 들어왔고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바리의 꿈’은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꽃핀 아침마을’에 지속적으로 청국장을 납품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위캔과 사업제휴를 맺어 청국장 쿠키를 선보이는 등 ‘바리의 꿈’은 어렵게 찾아온 전기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판매전력을 짜내고 있다.

‘바리의 꿈’ 직원들이 공유하는 슬로건은 ‘마음의 영토를 넓힌다’이다. 고구려와 발해, 그리고 독립운동의 한이 서려 있는 연해주 땅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청국장을 매개로 한국인과 고려인이 한민족으로 하나 되는 꿈을 꾼다. 중앙아시아에서 연해주로 귀향하는 고려인들처럼 아직 그 도정은 멀기만 하지만 ‘바리의 꿈’은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청국장”이 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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