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지구촌 세계시민 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대한민국 전라남도지사 김영록입니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의 주인공,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이셨던 세계적인 지도자,
김대중 대통령님의 평화정신을 기리고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2021 김대중평화회의’가 열린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현장과 온라인을 통해 김대중 평화회의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2백만 전남도민의 마음을 담아 감사와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축하 영상과 서신을 보내주신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과 프란치스코 교황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님,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님,
반기문 전 UN사무총장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행사 준비에 최선을 다해주신
김성재 조직위원장님과 백학순 집행위원장님을 비롯한
위원님 한 분 한 분께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님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세계평화 정신으로 승화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생전 강조하셨던 평화는
모든 사람이 자유와 평등, 민주와 인권 등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며,
행복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오늘날 인류는 수많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전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는 흔들리고,
우리의 소중한 일상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끊이지 않는 전쟁과 빈곤은
세계 곳곳을 멍들게 하고 우리의 행복한 삶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김대중 평화회의는 어떠한 역경과 고난에도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글로벌 과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한반도 남서쪽 끝자락에는 활짝 핀 연꽃 모양과 닮았다 하여
하의도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섬이 있습니다.
작은 섬 하의도에서 시작된 김대중의 삶은
목포에서 서울로, 평양으로, 그리고 세계로 이어졌습니다.
그 길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와 6년 간의 감옥살이,
5차례의 연금과 10년의 망명생활을 겪으셨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숱한 위기를 이겨내고,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대통령이 되셨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학창 시절 오래달리기를 특별히 잘하셨다고 합니다.
밝은 미래를 향해 참고 인내하는 인동초(忍冬草)와 같은 삶을 사셨습니다.
또한, 성공한 지도자의 덕목으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상과 현실의 조화 속에서 살아갈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젊은 시절 성공한 사업가로 많은 돈을 벌었고,
그 누구보다 쉬운 삶을 살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편한 삶 대신 고된 길을 택하셨습니다.
이는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평화에 대한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김대중 정신’입니다.
그리고, 그 정신이 바로 ‘행동하는 양심’을 낳았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결국 악의 편, 방관은 최대의 수치, 비굴은 최대의 죄악이다”며,
생각하는 국민, 행동하는 국민을 강조하셨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세계 시민 여러분,
김대중 대통령님께서는 국민을 믿고 화합과 평화의 힘을 믿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셨습니다.
첫째, ‘국민’을 믿으셨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1980년 독재가 절정을 치닫던 시기에
온갖 핍박과 고통을 겪으셨습니다.
그러면서도 “내 국민만 나를 버리지 않고, 내 국민만 나와 같이 있고,
내가 내 국민을 위해서 봉사할 수 있는 한,
김대중에게는 불행이 없고 김대중에게는 슬픔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대통령 취임 연설 중 IMF 위환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국민의 고통을 말씀하시면서,
목이 메어 차마 말을 잇지 못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배어 나오는 그 모습에
온 국민도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외국 빚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나서
국제통화기금에 유동성 조절자금 195억달러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를 갚아야 할 긴급한 상황이었습니다.
국민은 대통령님의 진심을 믿고 단합했습니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이 90년 만에 다시 일어났습니다.
장롱 속에 고이 간직했던 아이 돌반지까지 내놓으며,
거국적인 ‘금모으기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국민의 애국심과 뼈를 깎는 개혁으로 예상보다 3년이나 앞당겨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지도자가 국민을 믿었고, 국민도 지도자를 믿었기 때문에
하나된 힘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IMF 미셸 캉드쉬 전 총재는 퇴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김대중 대통령을 두고 있다는 자체를 큰 행운으로
받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둘째, ‘화합의 힘’을 믿으셨습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된 후 대한민국에는
이념 갈등과 지역 차별이 심각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이러한 분열의 시대에 최대 피해자였지만,
누구보다 용서와 화해, 화합에 앞장섰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헌정 50년만에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후
그동안 자신을 핍박한 세력들을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넓은 가슴으로 끌어안아 줬습니다.
화해와 용서를 통해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끝내고,
화합과 통합의 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
그 힘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주춤했던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GDP 1만 달러를 금세 회복하고,
적자에 허덕이던 무역 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세계 10위권 경제선진국으로 도약하는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정보화산업을 장려하고 한류의 씨앗을 뿌려,
오늘날 대한민국이 IT산업과 문화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평화의 힘’을 믿으셨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우리 민족에게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햇볕정책을 내세우시고,
북한과 화해, 교류협력의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마침내 역사적인 2000년 6월 15일,
우리 민족이 그토록 바라던 남북정상회담이 최초로 이뤄졌습니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역사적인 장면은
우리 모두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 남북정상회담과 615 남북공동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넘어 세계평화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또한, 대통령님께서는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동티모르 자주독립 실현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대통령님의 세계평화를 위한 노력은 한국인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이어져서,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온 국민의 기쁨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김대중 대통령님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합니다.
먼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냉전시대가 막을 내린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안타깝게도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룩하는 것이야말로
세계평화를 앞당기는 일입니다.
전라남도는 김대중 대통령님의 평화정신을 계승해
통일의 물꼬를 트는 데 힘쓰겠습니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농수산업과 에너지, 보건의료 분야의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지자체 차원에서 실천 가능한 남북교류사업을 선도해 나가겠습니다.
둘째, 오늘날 지구촌의 최대 현안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하겠습니다.
기후재앙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곳곳에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 극심한 가뭄 등
자연재해가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시대적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산업과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라남도도 올해를 ‘2050 탄소중립 원년’으로 선포하고,
강력한 기후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탈석탄동맹’과 ‘글로벌 기후에너지 시장협약’에
가입하고, ‘UN 레이스투 제로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전 세계 주요 국가도시와 탄소중립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세계 각국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셋째, 전 인류가 누려야 할 보편적 가치인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민주주의를 이뤄냈습니다.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그리고 촛불혁명을 거쳐서
성숙한 민주주의를 완성시켜 왔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미얀마와 아프카니스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불의한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국민이 대단히 많습니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가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나라의 국민에게 큰 용기와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들이 힘겨운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고 응원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님을 떠나보낸 지 벌써 12년입니다.
기억이란 세월이 지나면 옅어지기 마련입니다만,
대통령님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진해져만 갑니다.
“전진해야 할 때 주저하지 말며, 인내해야 할 때 초조하지 말며,
후회해야 할 때 낙심하지 않아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이 위기를 희망으로 바꿔 나갈 수 있습니다.
고비마다 깊은 통찰과 혜안으로 새로운 길을 찾았던
‘김대중 정신’이 우리에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2021 김대중 평화회의’가 이러한 정신을 기리고
대통령님께서 이루고자 했던 세계평화로 나아가는계기가 되길 소망합니다.
전라남도는 올해를 ‘김대중 정신, 평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김대중 평화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그 길에 여러분께서도 함께 동행해 주실 것을 굳게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