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순천 10.19사건 제77주기 합동추념식 추념사

작성자 홍보기획담당관 작성일 2025-12-26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순사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함께해주신 전남도민 여러분!

7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아프고 불행했던 비극,
여수순천 1019사건 77주기를 맞이합니다.

어둠이 빛을 삼켰던 시대,
아무런 죄 없이 억울하게 스러져간
수많은 영령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7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말할 수 없는 통한의 나날을 살아내신
박선호 여순 전국유족 총연합 상임대표님을 비롯한
유가족 여러분께,
온 마음을 다해 위로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순사건의 아픈 역사를 함께 기억하고자
오늘 정부를 대표해 참석해주신
김민석 국무총리님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948년 10월 19일 밤,
여수 14연대 막사에서 울린 총성은
이틀 뒤 대한민국 최초의 계엄령으로 이어졌습니다.

무도한 국가 폭력 앞에서
무고한 국민의 꽃다운 생명이
커다란 동백꽃 송이처럼 수없이 떨어졌습니다.

학교 운동장마다 주검이 쌓였습니다.
남해의 푸른 바다는 떠내려온 시신으로 붉게 물들었습니다.
이곳 구례 지리산 자락에 수백 명이 스러져갔습니다.

“나 죄 없으니 괜찮을 거네”라며 담담히 끌려갔던 아버지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그 후 더 가혹했습니다.
‘빨갱이 가족’이라는 헤어나올 수 없는 올가미를
남은 가족들에게 천천히, 그러나 단단히 씌웠습니다.

취업도, 결혼도,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평생을 숨죽이며, 그림자처럼 살아내야 했던 세월이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순사건은 대한민국에서 계엄령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국가 폭력의 시작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후로도 같은 비극을 되풀이했습니다.
419와 518, 그때마다 계엄이라는 어둠 속에서
무고한 국민의 생명이 희생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12월 3일 밤,
또다시 계엄의 망령이 나타났습니다.

다행히 깨어있는 국민의 저항으로 몇 시간 만에 해제되었지만,
국가권력의 폭주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음을
뼈저리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여순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단지 과거를 바로잡는 일에 그치지 않습니다.

국가란 국민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것,
그리고 그 당연한 원칙이 무너졌을 때
얼마나 참혹한 비극이 벌어지는가를
우리 모두에게 똑똑히 일깨우는 일입니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일인 것입니다.

우리 모두, 더디지만 그 길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고 있습니다.

2021년, 오랜 노력 끝에 특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지금까지 1만2천여 명의 희생자와 유가족이 인정받았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여순사건 진상규명을
국정과제로 채택하였고,
제대로 된 제2기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기획단이
새로이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정부는 피해자 150분에 대한
국가배상 1심 판결 항소를 포기하는
역사적 결단을 내렸습니다.
국가권력이 자행한 불법적인 인권침해를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전라남도는 온전한 진실이 밝혀지는 그 날까지,
끝까지 여러분 곁에서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도지사로서 진심 어린 사과를 드렸던 그 결단으로,
특별법 제정을 이끌었던 그 의지로,
우리는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여순의 아픔을 한 지역의 역사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가 함께 기억하고 깊이 성찰해야 할
우리 모두의 역사로 만들어가겠습니다.

진실과 화해의 단단한 토대 위에
희망과 평화의 여순을,
그리고 더욱 성숙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뜻깊은 자리에 추념 조화를 보내주신
이재명 대통령님과 우원식 국회의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자리에 함께해 주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님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님,
신정훈, 주철현, 조계원, 문금주, 권향엽, 김문수 국회의원님,
전라남도의회 김태균 의장님과 김대중 교육감님,
김순호 구례군수님과 장길선 의장님,
정기명 여수시장님과 백인숙 의장님,
정인화 광양시장님, 윤병태 나주시장님,
공영민 고흥군수님과 류제동 의장님,
김철우 보성군수님, 조상래 곡성군수님을 비롯한
도의원님들과 시군의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여순의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먼 곳에서 찾아주신
제주43희생자유족회 김창범 회장님과
제주43평화재단 김종민 이사장님,
거창사건유족회 이성열 회장님,
대구10월항쟁유족회 채영희 회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번, 여순의 영령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빕니다.
여러분의 한이 풀리고
짓밟혔던 명예가 온전히 회복되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함께 쉼 없이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0월 19일
전라남도지사 김 영 록
  • 콘텐츠 관리부서 홍보기획담당관 (061-286-2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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