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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작성해준 축사신축 홍보물

작성자 김혜정 작성일 2015-11-23
지난 7월에도 강진군 공무원이 관계된 축사신축이 문제가 되었는데 이번에도 떠도는 소문만 무성하더니
이렇게 글이 올라왔습니다.



광남일보 2015. 11.16(월) 15:06

[기고]'공유의 비극'을 넘어서
조헌주 행정학 박사ㆍ전남지방공무원교육원 초빙교수

'천혜환경 지키고 보존하여 돼지님께 바칩니다'
필자가 머물고 있는 산골 마을 초입에 이런 냉소적인 뉘앙스의 돈사 반대 플래카드가 내걸린 지 몇 달이 됐다. 버스가 다니는 큰 길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인데다, 마을 앞뒤를 산줄기가 감싸고 있어 큰 저수지가 있을 뿐 조용한 산골 마을이다.

책 읽고 글 쓰는 일에 전념하려고 이른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찾아온 이곳이기에 대규모 축사를 짓겠다는 소리는 그다지 반갑지 않다. 하지만 동네일에 일일이 참견하기 싫은데다 '설마 이런 깨끗한 곳에 대규모 돈사가 들어서겠나' 하고 모른 체 했다.

더욱이 몇 달 전 군청의 축산담당자로부터는 "여기처럼 좋은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 군내에 어디 있나요?. 잘 지켜야지요. 군에서도 친환경 조례를 만들려하고 있습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면 그렇지, 군청에서 잘 알아서 판단하겠지'. 이렇게 안심하고 지낸 터였다.

그런데 며칠 새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간다. 돈사 짓는 걸 찬성해달라며 마을 주민 몇 사람이 집집마다 200만원씩 건네며 도장을 받고 다닌다고 한 주민이 전했다. 한글 독해를 못하는 주민도 있는 곳에서 필자처럼 '가방끈 긴' 사람은 당연히 반대할 것으로 '찍힌' 까닭에 아예 접촉 기피 대상이 된 모양이다.

돈을 거부한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마을회관에 와서 사업설명회를 할 때 돈사를 짓겠다는 이들이 한 말이라고 한 주민은 분통을 터트린다. 이들은 홍보물을 나주어 주며 자료가 좀 빈약한데 우리가 직접 만든게 아니라 군청에서 만들어주어 이렇다고 했다는 것이다.

군에서 홍보자료까지 만들어주는 판에 반대해봐야 쓸데 없는 일, 허가절차는 사실상 끝났소 하는 통고인 셈이다. 오염된 물 단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악취는 생각조차 못할 완벽한 첨단 공법으로 짓는다고 선전했다 한다. 환경 걱정에 대한 걱정을 없애준 환상적인 약속에 주민들이 하나 둘 찬성으로 돌아선 것일까.

축사 짓는데 찬성한다는 도장을 받기 위해 사업주를 대신해 200만원을 건네고 다니는 주민들, 그걸 받고 입을 닫거나, 오히려 앞장서서 도장을 받으러 돌아다니는 사람들. 못 살 곳이 되어간다며 차라리 떠나고 싶다는 일부 주민들. 몇 가구 되지 않는 작은 산골마을이 돼지 때문에 혼란스럽다.

공기와 물처럼 누구의 것도 아닌, 하지만 돈으로 따지는데 불가능할 정도로 커다란 가치를 지닌 자원을 공공재라고 부른다. 누구의 것이 아니라고 해서 공공재를 함부로 다룬다면 유한한 자원은 소진되거나 돌이킬 수 없게 오염된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 자체의 존속이 위협받는다.

역사상 사라진 많은 문명들이 살은 바로 이러한 '공유의 비극' 때문이었다는 것이 인류학자들의 말이다. 법과 제도로 환경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그런 비극을 막아 생태계를 보전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루는데 있다. 200여 년 전 다산 정약용 선생이 고난의 유배생활중 공직자들의 행동강령이라 할 '목민심서'를 비롯한 숱한 저술을 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간절히 기원하던 곳이 다산초당이다. 그 다산초당이 자리한 강진군 도암면에서 이런 '공유의 비극'이 벌어지기 직전인 것이다.

시골주민들에게 현찰 200만원은 적지 않은 돈이다. 반면 물과 공기를 깨끗하게 보전하고 지키는 일은 굳이 내 책임은 아니다. 해당 공무원들은 주민들이 돈을 받고 찍었건 말건 찬성 도장 찍힌 동의서만 있으면 '주민 다수가 원하는데 저희야 뭐......'하며 넘어가려 할 것이다.

돈을 뿌리는 등 주민을 현혹해 동의를 얻고 이를 근거로 축사 허가를 맡아 돈 벌겠다는 사업주나 돈 받고 도장 찍어주는 주민들, 석연치 않게 입장을 바꾼 군청 직원들. 생각해보면 모두들 그리 긴 세월이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날 것이다.

넉넉잡고 30년 뒤를 생각해보자. 몇 남지 않은 청정지역 산골 마을에다 굳이 대규모 축사를 짓겠다는 그들은 과연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저수지 지척의 대형돈사에서 축적될 막대한 환경부담 요인을 그들은 어찌 책임질 것인가? 미래의 세대들을 과연 떳떳하게 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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